2022. 04
길고길었던 코로나 펜데믹이 끝나가고 일상으로 점점 전환되고있다보니 잠들어있던 자전거 대회들이 열리기 시작했다.
나는 2020년을 마지막으로 열심히 자전거를 타는 것 과는 이별을 했기때문에 대회를 나갈수있는 몸은 아니였다.
12키로 평지 자출이나 겨우 할 수 있는 몸.
몸무게도 72키로가 넘는 뚱뚱이가 되었고, 자전거는 정직한 운동이기에 당연히 CTL도 바닥, FTP도 바닥이였다.
그래서 관심을 안가지려고했는데 오랜만에 열리는 대회다보니 동호회에서 불끈불끈 하시는분들이 있었다.
꾸준하게 몸관리를 해온 일환전차, 스포츠맨 상호님, 열정의 철인 용우형
그러다보니 나도 꿈틀꿈틀 하게되었고, 둥둥이한테 먼저 물어봤더니 조심히 당겨오는 조건으로 고맙게 허락해주었다.
그리고나서 정말 가능할지 나름 계획을 세워봤다. 5월말까지 계획대로 못하면 포기할 생각이였다.
4월 초에는 CTL은 5점 미만이였고, FTP는 120이나 됐으려나..
일단 대회전까지 CTL60점까지 올리는게 목표였고,
3.4w/kg(240w)이 목표였다. 체중도 67kg 까지 빼보는걸로..
계획대로 몸만 잘 올리면 완주는 할수있을것 같았다.
두달정도 남은 시간. 한번 해보자.
4월 초반엔 무리하지않았다. CTL이 워낙 낮아서 적당히 타도 계획한대로 CTL은 쭉쭉 올라갔기때문ㅎㅎ
가능하면 자출 자퇴를 말구리, 하오, 여우고개쪽으로 돌아왔다.
처음 하오고개는 1회전하는것도 죽을맛이였다. 거의 12분대?(PR은 5분대)
5월에는 조금씩 TSS를 신경썼다. (자퇴)하여말, 즈위프트 훈련으로 적어도 한주에 400~600 TSS 정도로 훈련량을 늘렸다. 육아로 자유시간에 한계가 있다보니 2주에 한번 동부로 장거리를 다녀왔다. 5월 둘째주 동부훈련은 5고개에 분원리+남한산성 정도. 넷째주에는 동부 명다유 4R(설악 마지막 테스트였는데 지금생각해보면 미친짓ㅋ), 하오10R등 최대한 훈련계획을 맞추려고 노력했다.
이렇게 훈련하니 대회까지 CTL은 60점까지 올랐고, 몸무게는 두달간 아침먹고, 점심 샐러드, 저녁 간단히 먹었더니 4키로정도는 뺄수있었다(68kg).
목표엔 아쉽지만, 이렇게 FTP는 220w(3.2w/kg)로 대회 준비를 마쳤다.
1. 숙소 구하기
여러가지 문제가 많았다. 4월에 미리 민박을 예약했는데 대회 일주일전에 예약한 방을 수리를 해야한다고 일방적 취소를 당하게되었고, 연결해준 다른 민박은 대회전날 혹시나해서 전화해봤더니 우리가 아닌 다른팀으로 예약을 받았었다. 너무너무 화가났지만 취소한 첫번째 민박집 사장님이 그냥 잠만잘수있는 방 하나 내어주기로하고 계획대로 1박을 겨우 할 수 있었다(예약관리 엉망..)
멤버들과 금요일 오후반차를 내고 일찍 왔기때문에 시간적 여유가 많이 있었다.
근처 중국집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커피한잔하면서 입터벌좀하고, 각자 가져온 보급품을 나누고 조금 정리하고 피곤해서 일찍 누웠는데 다들 긴장해서그런지 설친듯했다 ㅎㅎ 나도 자다깨다 반복이였다.
2. 대회운영
일단 자이언트 및 스폰서, 후원사, 파트너업체, 마을주민들께서 많이 준비해주셨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먼저 스페셜보급품 맡기는것도 인력배치나 장비들을 철저하게 준비한 느낌이였다. 순환이 굉장히 빨랐고, 보급품이나 화장실 모두 부족하다는 생각은 안들었다. 적당히 기다리면 충분히 이용할 수 있었던 수준. STAFF분들이나, 경찰분들, 봉사자분들도 매우 친절하고 안전하게 안내 및 도움을 주셨다. 마을주민분들도 손흔들어주고 응원해주시니 마치 내가 선수라도 된것마냥 기분이 좋았었다. 전반적으로 운영측면에서는 정말 만족스러웠다. 내년부터는 일부 무개념 라이더로인해 무분별하게 버려지는 쓰레기에 대해서만 어떤 계획을 좀더 보강한다면 좋지않을까싶다. (쓰레기통을 좀더 많이 배치하거나, 무단투기금지 현수막을 눈에띄게 붙여두거나..등등)
* 물론 라이더들의 성숙한 모습이 더 중요하겠다.
아, 대회 기념품중에 메달은 다시 생겼으면 좋겠다. 모아두면 이쁜데..ㅠ 개인적으로 가방이나 완주증은 필요없고 메달을 가지고싶었다.
3. 라이딩 후기
설악은 기본적으로 평지(0~1%)가 거의없다. 계속 낙타등의 반복.
(대회난이도는 업힐등급과 무관하며, 대회때 느꼈던 난이도.
즉, 등급이 낮아도 대회 후반부에 나오면 대회난이도가 높다는뜻)
라이딩은 일환전차, 상호님, 나, 용우형 순서로 진행했다. 일환님이 우리중에서 FTP가 가장 높았기때문에 로테이션은 하지않았다. 따라가기만해도 벅차니;;
초반에는 팩이 많아서 괜찮은 열차가 지나가면 열심히 갈아타며 달렸다.
속도는 별로 힘 안써도 40이상 쭉쭉 나오더라. 그래도 일환님이 오버페이스 안하고 잘 리딩해주었다.
- 구룡령
초반이라 힘이 있기때문에 파워 180w~200w, 심박은 150~160정도로 꾸준하게 밀고 올라갈수 있었다. 수다떨며 재밌게 올라갈수 있었던 수준.
대회난이도 ★☆☆☆☆
- 조침령
조침령은 대회전부터 가장 무서웠던 업힐이다. 여우고개나 말구리를 연습하면서 14프로 이상의 업힐을 4km 올라야한다는게 진짜 힘들것 같았다. 경사도가 상당히 쎄기때문에 파워를 많이 써야했는데, 그래도 다행히 조침령도 초반부라 힘이 있어서 걱정했던 것 보다는 덜 힘들었다. 케이던스 70이상 낼 수 있긴했지만, 34T로 꼭 바꾸고싶었다.
대회난이도 ★★★☆☆
- 필례한계령
중반부에 만나는 한계령. 스페셜보급 후에 오르기 시작하는데 페이스를 조금 더 낮추기로 했다.
구룡령리버스가 남았기때문에 180w 아래로 유지하면서 천천히 올라가기로 했다.
대회난이도 ★★★☆☆
- 구룡령리버스
한계령 다운힐부터 구룡령리버스 본격업힐지점(보급소)까지 40km~50km정도 거리인데 보급소가 없다. 거의 약업힐과 약내리막으로 이루어져있지만 상당히 지친상태라 이 구간에서 체력과 멘탈이 많이 소비되었다.
전반적으로 구룡령리버스의 20km 업힐구간은 경사도가 3~8% 정도로 그냥 거리만 긴 경사도 낮은 업힐이였는데, 정말 너무너무 힘들었다. 이유는 이미 150km정도를 달려온 것과 상당히 많은 업힐을 하고온 상태라는것.
정말 페달을 꾹꾹 누르면서 올랐다. 파워가 이제 거의다 소진되었다보니, 120w~140w도 겨우 낼수있었다. 1km 지점마다 표지판이 있었는데 정상까지 7km남았을때가 가장 멘붕이였고, 정말 내리고싶었다. 그래도 다행히 4km 남았을때부터는 멘탈이 회복되었다.
대회난이도 ★★★★★
- 피니쉬까지
남은 40km 구간도 쉽지는 않았다. 대부분이 약내리막이였는데 중간중간 이름없는 업힐이지만 나름 진빠지게하는 고개도 두개정도 있었고, 살둔고개 역방향은 마지막까지 나를 괴롭히기에 충분했다.
마무리
이번 첫 출전기록은 10시간 30분. 진짜 왜 국내 탑 대회라고 하는지 알게되었다. 정말정말 힘들었다..
그래도 오랜만에 대회가 주는 흥분됨도 느껴보고, 준비한다고 체력도 좋아졌고, 멤버들과 같이 달릴수 있어서 재밌었고,
아픈 곳 없이 자전거 트러블도 없이 잘 마쳐서 다행이였다.
지금은 절대로 다시는 안나가겠다고 말하지만ㅎㅎ(얼마뒤면 이 고통을 또 까먹을테니..)
나중에 또 출전을 한다면??
기록은 8시간59분 언더를 목표로 잡고싶다.
그렇게하려면 내몸의 상태는?
몸무게 63kg 이하
CTL 80 이상
FTP 3.8w/kg 이상 (240w ↑)
스프라켓은 30T를 준비
이렇게 준비가 되어야 할 것 같고, 사실 이 후기를 남기는 이유는
위 기준보다 몸상태가 떨어지거나, 자전거 스프라켓이 준비되지 않았다면 절대 출전하지 말 것을 미래의 나에게 경고하기 위함이다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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