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아빠
잘지내고 계세요? 어제 편지를 썼어야되는데 떠나신지 몇년이나 됐다고 벌써 이러네요..
하늘나라에서는 아들이 뭐하고 사는지 다~보고계실텐데 아빠가 보기에 아들은 잘 살고있는거 같아요?ㅎㅎ
저는 엉망진창같은데..
11월초에 할아버지 돌아가시고 상주로 장례를 치뤘는데 그때 절 기억하시는 어르신들이 다 아빠랑 많이 닮았다고 하더라고요.
다들 아빠를 많이 그리워하셨어요. 제 얼굴을 이리보고 저리보며 아빠와의 기억을 꺼내시더라구요
아빠나 저나 사진 찍어주는걸 좋아하지 찍히는거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잖아요?^^
오랜만에 옛날 사진들을 꺼내봤는데 아빠랑 둘이 찍은 사진이 정말 없네요. 겨우 하나 찾았는데 남이섬에서 찍은 사진이더라구요.
이 사진은 제가 제일 좋아하는 아빠표정
이 사진은 거의 유일무이한 아빠와 같이찍은 사진
최근에 가장 행복했던 꿈이 있었어요.
아빠가 몇일간 하늘나라에서 내려올 수 있게된거예요. 가족들도 너무 기뻐하고 저도 너무 신나는데 마음이 너무 급한거예요.
기회가 왔구나. 후회했던것들을 빨리 다해야지. 얼마나 마음이 급했는지 스케쥴을 정말 빡세게 잡았어요ㅎㅎ
하루는 홍천 가고, 하루는 자전거도 타고, 캠핑도 가고 그랬어요.
아빠가 살아계실때 저랑 하고 싶어했던 것들 빨리 다 하고 싶어서 꿈속에서 얼마나 바빴는지..
그렇게 아침에 다시 눈뜨면 아빠가 안방에 계신지 후다닥 달려가서 확인하는게 꿈속에서 습관이 된거예요. 계시면 옆에 누워서
일어나실때까지 기다리고 그랬어요.
그렇게 지내던 어느날 아빠랑 뭘할까 기대하면서 일어났는데 아빠가 그냥 인자하게 웃고만 계신거예요. 그래서 직감했죠.
저는 더 같이 하고싶은게 너무너무 많이 남았는데 더 같이 있고 싶었는데 아빠가 이제 그만 가야된대요..
그렇게 미소머금고 다시 올라가셨잖아요.
감사합니다.. 아들 마음 풀어주려고 먼길 와주시고..
곁에 계실때 해드리지 못해 정말정말 후회되고 죄송해요.
아빠가 항상 기분좋으실때 흥얼거리시던 노래가 있었잖아요. 그게 갑자기 궁금한데 도무지 기억이 안나는거예요.
그래서 엄마한테 여쭤봤는데 엄마도 모르시겠대요ㅎㅎ
그렇게 또 잊어먹고 지내고있었는데 그저께 회사에서 일하는데 갑자기 제가 흥얼거리고 있더라구요 그 노래를ㅎㅎㅎ
신기하고 놀라면서 까먹을까봐 인터넷에 흥얼거리는 가사를 치고 무슨 노래인지 알아냈어요^^
[사공의 노래]
두둥실 두리둥실 배 떠나간다
물 맑은 봄 바다에 배 떠나간다
이 배는 달 맞으로 강릉 가는 배
어기야 디여라차 노를 저어라
순풍에 돛 달고서 어서 떠나자
서산에 해 지면은 달 떠 온단다
두둥실 두리둥실 배 떠나가네
물 맑은 봄 바다에 배 떠나간다
아빠 떠나신날 아빠가 좋아하셨던 노래 보내드릴게요
보고싶습니다.
잘지내세요~
2016/11/26 SAT
아들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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