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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Hobby

서울에서 상주까지 라이딩#1

2014년 3월 20일 목요일

아침7시.

잠을 설쳤다. 어제 갑자기 결정한 이 여행이 약간은 부담과 긴장이 됐나보다.

그날 일기를 읽어보니 악몽을 꿨다고 써있다.

출발하면 점심때까지는 뭘 먹을 계획이 없었기 때문에 아침밥을 든든하게 먹었다. 

장거리 라이딩이라 클린처휠로 교체했다. 
튜블러로 그냥 갈까도 했지만, 아무래도 펑크를 무시할수가 없었다.
아무튼 어제 저녁 급하게 ​변속체크, 브레이크패드 상태, 체인오일칠 등등 아는만큼 점검을 해놓은 상태.
어제 피팅을 받고 처음 달려보는거라 계속 안좋았었던 왼쪽 무릎과 전체적인 자세에 얼마나 변화가 있을지 기대가 됐다.

 

 

 급하게 짐을 꾸렸다. 이틀 예상하고 최대한 가볍게, 진짜 필요한것만 넣었는데도 빵빵하다;

 

 나에겐 담배? 같은 맥심커피. 여유있게 한잔마시며 긴장감을 덜어냈다.

 

출발 직전!
미세먼지가 너무 심해서 황사마스크를 안에 착용했는데 분홍색이라는 들키고싶지않은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ㅎㅎ
고글을 쓸까했는데 렌즈가 번거로워서 그냥 안경쓰고 다녀오기로했다.
[라식을 한지 한달 정도 밖에 안지났는데 사진속의 내가 왠지 낯설다. 2014.5.27]
 
 
계획은 두가지가 있었다.
- 첫번째는 집에서부터 문경까지 하루만에 가고, 다음날 안동까지 가는것.
240km 정도 되고, 16시간정도 달리면 도착할 것으로 예상됐다.
최근에 140km를 6시간안에 달려본적이 있어서 계산상 가능할 줄 알았다ㅎㅎ
근데 다녀오고보니 그렇게 가려면 새벽에 출발해야되고, 길도 헤메면 안되고, 평속도 27 이상은 꾸준히 나와줘야 가능한 계획인 것 같다.
 
- 두번째는, 집에서 충주까지 갔다가 다음날 안동까지 가는것.
집에서 충주까지 약 160km. 시간으론 10시간정도.
어느 계획을 선택할지는 일단 출발한뒤 상황을 보고 결정하기로 했다.
혼자가니 내맘대로 계획을 바꿔도 괜찮으니까 좋다.
양평까지 최단거리로 가기위해서 중랑교 자전거도로에서 빠져나와 도로를 탔다.

 

 

 

왕숙천까지 가는데 망우로(망우공원)라는 업힐이 하나 있었다.
열좀 끌어올리는데 도움이 되었다

 

자칫 헤멜수도 있었는데 어떤 므틉 아주머니의 뒤를 따라서 편하게 왕숙천 자전거도로로 들어왔다.

 

앞으로 이 표지판이 길치인 나에게 완벽한 네비게이션이 돼주었다. 정말 이거만 보고 가면 국토종주 쉽게 할 수 있다.
 
...
 
​Episode
얼마 지나지않아 나에게 시련이 찾아왔다.

 

짧은 다리를 건너는데 급한 내리막이 있는곳. 매번 지날때 펑크때문에 조심하는 곳이기도 하다.
속도는 잘 줄였지만, 도로상태가 안좋아서 많이  덜컥덜컥거렸다.
그 순간 뭐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 급하게 돌아봤는데..
내 물통!!!
한번도 마시지않은 파워에이드가 가득담긴 물통인데!!
 
이리저리 슬로우모션으로 데굴데굴 굴러다니더니.. 결국..

 

퐁당~!
 
유유히 흘러가는 물통을 바라보며..
 
버릴까..
진심으로 많이 고민했었다.
어차피 라이딩때 난 물도 잘 안마시는데....
 
...
 
 
휴우..
 
흘러가는걸 무심히 보고있는데 돌에 턱하니 걸린다.
오...
후다닥 건져왔다.
근데 물은 왜이렇게 찬건지... 한걸음 한걸음 내딛일때마다 악! 악! 악! 악!
송곳으로 발을 막 찌르는듯했다.
 
 

 

아...발시려;;​

그래도 건져오니 왠지 내가 이긴 기분이 들었다ㅎㅎ
어쨌든 다시 툭툭털고 출발!
 

 

양평까지 40km 정도 남았다. 

 

잠시 사진 찍으며 휴식.
날씨는 약간 흐렸지만 선선하니 라이딩하기에 좋았다. 이때까지만해도...

 

저렇게 써있는 표지판이 가끔 야속하게 보일때가 있다.
 

 

 능내역에서 국토종주 인증 수첩을 샀다.

가는동안 인증센터 있으면 찍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서 하나 샀다.
인증센터에서 첫 스템프를 정성들여서 찍어보았다. 옆에 메모지에도 몇번 연습해보고 자신있게 찍어보았다

moon_and_james-38
연습한 보람이...
정성이 가득히....
 
그 위에 또 찍었다가 완전 망했다
됐어이씨!
그냥 가자ㅡㅡ;

 

 

 

 

 

양수역 구석으로 이어져있는 자전거도로로 계속 진행.

 

양평문화원 도착.  

여기서 인증센터가 있었는데 못봐서 스템프를 못찍었다;

 

양평역에 도착.

오후12시가 살짝 넘어가고있었다. 계획한대로 정확히 도착하니 왠지 뿌듯했다.
배가 고팠다. 맛집같은거 찾을 시간없으니 그냥 제일먼저 보이는 식당으로 들어갔다.

 

 

마무리는 역시 당도높은 식당커피

 

 

12시45분쯤 식당을 나와서 자전거도로로 진입하는데 반대쪽으로 가서는 약간 헤메다가

한시쯤 정상루트를 찾아 달리기 시작했다.

 

여기부터는 처음가는 길이다.
왠지 두근두근... 끝까지 잘 갈수 있을까...
 

 

 

가는동안 남한강 우회도로가 나오면 긴장해야 된다.
이유는..?

 

이런 업힐이 뜬금없이 확 나오기 때문..
 
이 고개 이름은 후미개고개.
역시 '개'자가 들어가면 날 화나게 하는듯....
암튼.. 짧지만 경사도가 상당했다.

 

 

 

 

moon_and_james-4
기대를 저버리지않는 도장 신공.

 

 

 

날씨가 급변하기 시작했다. 

바람이 갑자기 거세게 불고, 사방이 어두컴컴해져 갔다. 세워둔 자전거가 휘청휘청할 정도로 바람이 심하게 불었다.
약간 불안했지만, 그렇다고 돌아갈것도 아니니 침착하게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
잠시후..
 

 

 

 

"똭!!!!"
 
달리고있는데 갑자기 무언가 내 헬멧을 강타했다.
순간 놀라서 휘청거리며 이게 뭐지?? 하는 순간..
눈앞에서 난생 처음보는 광경이 펼쳐졌다.
우수수수수 떨어지는 우박;;
 
와.....
 
비도 아니고.. 우박이 왠일이야??;; 응?? 기상청. 응???? 왠일이니??????
다행히 순태풍이 불어줘서 페달질을 안해도 쭉쭉 나갔다. 얼굴에 우박을 때려맞으면서..ㅡㅡ;
사방은 새까맣고, 가민 액정에 기스가 날정도로 우박은 막 덩어리채 떨어져대고(필름을 붙여놓아서 다행)
오른쪽에선 전쟁난듯 훈련중인 군부대에서 탱크 몇대가 부다다다다 지나다니고..
분위기가 상당히 오싹하기도했는데 뭐.. 나름 스릴있고 재밌기도했다.
 
 
그렇게 한참 달리다 옷이 너무 젖으면 곤란하니 잠시 대피했다.

 

흠뻑젖은 엘리엇. 고생이 많구나..

 

 

서울 용산에서 여주까지 가신다는 연구원이 직업인 아저씨를 만났다.

잠시 대화를 나누다 난 충주까지 갈 계획이라고 말했는데 불가능할꺼라고 하셨다. 시간도 그렇고 많이 힘들꺼라고..
그래도 내 계획상 그렇게 불가능은 아니였기때문에 목적지를 변경하고 싶진 않았다.

 

힘내라고 주신 양파즙....
꾸엑..
힘이 난...다...

 

 

 
 

너무 추웠다. 벌벌벌 떨면서 주섬주섬 바람막이를 꺼내입었다.
방수도되고 가져오길 잘했다.

 

여주까지 아저씨와 동행하기로했다.

 

 

 

여주보 인증센터.
비가 멈출생각을 안한다.

 

 

여주시내.

이때가.. 한 2시반쯤 됐던걸로 기억한다. 예상시간이랑 거의 비슷하게 도착했다.

 

연구원 아저씨가 수안보에 기숙사가 있으니 혹시 거기까지 왔을때 잘 곳 없으면 연락하라고 연락처도 주셨다.
그리고 그날밤에도, 다음날 아침에도 문자로 화이팅해 주시기도 했다.
고마운분을 만났다.
충주까지 가려면 얼른가라고 하셔서 난 다시 힘내서 출발했다.
 

 

강천보

 

 

자전거길이라고 모두 다 아스팔트길은 아니였다.
공사중인데도 있고, 그냥 일반도로도 많고, 비포장 흙길도 많다.
거기다 비가계속 내리니...
안장만봐도 어떤 상황이였는지 알 수 있다.
 

남한강에 기대서.. 

 

 

주까지 58km..
아직 한참 가야하는데 체력이 많이 소진된 느낌이였다.
 

 

한 100km 정도 달렸을때였던거 같은데 여기서 체력이 급격하게 떨어졌다.

힘이 안생기는 상태...

하긴.. 쉬어봤자 5분도 제대로 안쉬고 달렸으니 그럴만도 했다.

그러하여 사진에서 보이는 오르막을 보자마자 클릿을 뺐다.

어떤 업힐인지는 모르지만, 쉽든 안쉽든간에 일단 저걸 보는 순간 좀 쉬고싶었다ㅡㅡ;

나무그늘 아래서 출발하고 처음으로 편하게 쉬었다.

숨을 깊게 내쉬어보았다.  

이 마을의 조용함이 왠지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줬다.
 
아무도 없고, 길위에  자전거와 나만 있다.
비바람도 멈추지 않고,
하기싫은 생각도 멈춰지지 않는다..
 
[일기 中]
 
 
 
...
 
 
 
조금 쉬었더니 상태가 괜찮아져서 다시 출발했다.
 

 

 

계속 달리고.. 달리고..

 

 

남한강 대교까지 117km.

시간은 4시16분.
슬슬 어둠이 찾아오려했다.
 

 

드디어 충청북도!!!

아직 40km는 더 가야했지만, 그래도 사기가 솟아올랐다

 

정말 잘 준비했다고 생각한것 1위.

 

자유시간 3개

딱 알맞은 갯수였고, 다음날도 3개 충전하고 라이딩을 시작했다.

그리고 이때 확인한 가방상태가..너무 처참하다;;

 

 

여기서부터 디카 배터리 방전으로 아이폰의 초저화질 카메라로 대채했다..

  

 

충주 비내길.
 
갑자기 또 비가 퍼부었다. 참 끈질기게도 내린다..

 

 

너무 많이 내려서 다리밑으로 긴급대피!

비만 오면 너무 춥다.

 
지체할 시간이 없어서 비좀 맞더라도 출발하기로 했다.
얼마 지나지않아서 다행히 굵은비는 지나갔다.

 

세차했네..ㅋㅋㅋ 

음??
충주댐?
몇키로 남았는지 안써있는거보니.. 다온건가?? (조정지댐 500m 표지판을 못보고 착각을 함)
 

 

일단 배는 고픈데 저녁먹을 시간까지는 좀 남아서 휴게소에 들려 핫바하나 먹었다.
홀딱 젖어서 덜덜 떠는 나를 보고 아주머니가 안쓰럽게 바라보며 따듯한대 들어가서 먹어도 된다고..
하지만 난 핫바를 3초만에 흡입해버리고 후다닥 나감.
 

 

 

덜덜덜덜;;;

음.. 저..멀리 뭔가 화려한 무지게가 보였다.
오늘 라이딩의 목적지가 보인다.​
 

오.. 화려해! 화려해!!
화려하면 시내가 가깝다는것!!!
 

화려한 불빛!
 
오예쓰!! 충주 시내 도착!
 
158km를 달려서 저녁7시 충주 도착.
얼마나 감격스럽던지... 

 

 

시내로 들어와 아무 여관이나 들어갔다. 대충 남자 혼자 하룻밤 지내는데 저렴하기도 했고, 충분히 좋았다.
씻고나니 나가기도 귀찮고해서 치킨한마리 시켜먹었다.

 
[내일 코스는 아직 미정이다. 가능하다면 안동까지 가보고 싶은데..
내일 가면서 생각해보자. 일단 많이 피곤하니 일찍 자야겠다.. - 일기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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