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둘째날
다행히 늦잠 안자고 6시에 잘 일어났다.
요즘은 아침에 눈을뜰때가 가장 힘들다. 마치 잠을 자고있던 시간동안 온갖 생각들이 쌓여었던 것 처럼
정신이 드는순간 쉬지않고 쏟아져 나온다.
그덕에 순식간에 라이딩 의욕도 떨어지고, 멍~한 상태가 돼버렸지만..
어제 160km 달린거치고 몸만큼은 너무 멀쩡했다.
피팅 받을때 데이터를 보더니 사장님이 했던 말이 기억났다.
"피로회복 속도가 엄청 빠르세요.. 이정도면 아무리 무리해도 다음날이면 다 풀릴꺼예요..;;"
(더 무리해봐야겠는걸..ㅡㅡ;)
...
스스로 최면을 걸듯 마음을 간신히 다잡은뒤, 비장하게 져지로 환복하고 여관을 나섰다.
어제는 너무 깜깜해서 잘 못봤던 충주시내.
이른 아침이라 안개도 자욱하게 깔려있고, 약간 서늘한 기운이 흘렀다.
자전거도로로 들어왔다.
음..
선택의 순간.
여기서 충주댐으로 가면, 갔다가 다시 돌아와야된다. 왕복 16km 정도..
탄금대 방향으로 가면.. 그냥 그대로 쭈욱 내려가면된다.
국토종주를 생각하지 않았던 나와, 수첩에 스템프를 찍는 의무감에 빠진 나..
이 둘이 갈등에 갈등을 하다가.. 충주댐으로 결정!
근데 생각지도 못한 한가지.
충주댐은 강가에 있었지만, 그놈의 인증센터는 평균경사도 11%에 1.2km 업힐을 해야 만날 수 있었다..
공복에..
라이딩 시작하자마자..
근데 새로운 업힐은 이상하게 힘들어도 신나고, 재밌다.
새로움이란게 힘을 내게 만드는가보다.
난장판..
그래도 충주댐 스템프는 잘 찍었다. ㅎㅎ
하지만,,, 잘 안말리고 수첩을 덮어서 나중에 잉크가 다 뭉게진채로 발견되었다....
충주댐 기념비
정이 많이 쌓여가는 엘리엇. 다른 사람들 자전거를 타볼때와는 다른.. 그런 편안함?같은게 생겨간다.
하루만 더 잘 부탁한다.
고소공포증이 있어도 저기 끝까지는 가보고싶었는데..
아쉽게도 오전10시 이후에 문을 연단다.
다행.....
어제 우중라이딩에 비포장도로도 많이 달려서 체인상태가 너무 안좋다.
오일도 다 날라가서 찌걱찌걱 소리도 나고..
디그리셔가 간절했지만....;
뭐.. 없으니까 오일이라도 잘 발라주었다.
잡소리 잡고, 변속체크 한번 더 해보고 11% 다운힐 하러 고고!!
덜덜덜덜...
다운힐 소름돋게 너무 추웠다;;
다시 국토종주 자전거길로 들어왔다.
이화령까지 47km
충주댐, 소조령, 이화령..
업힐데이인가..
탄금대는 별로 볼건 없었다. 그냥 한강 공원같은 느낌.
이제 새재 자전거길 시작이다.
...
라이딩할때는 때되면 잘 먹어야한다. 안그럼 아무것도 없는데서 봉크가 올 수 도 있다.
난 워낙에 배고픔을 잘 못느껴서 잘 안먹고 다니는데, 그러다보면 에너지 고갈상태를 많이 경험한다.
이번 라이딩같은 경우 도시와 도시사이에는 허허벌판이 대부분이라 중간에 식당이나 슈퍼를 찾기는 어렵다.
거기다 자전거 도로는 강가이고..
그래서 배는 많이 안고팠지만, 의무적으로 먹기로하고 아침식사 할 만한 식당을 찾아보았다.
탄금대에 레스토랑이 있긴했는데 아직 영업시간 전이였다.
탄금대 뿐만아니고, 도로로 나와서 찾아봐도 이른시간이라 문을 연 식당은 없었다.
어쩔수없이 편의점으로 들어갔다
조금은 여유를 가지며 아침?을 먹고 천천히 달리기 시작했다.
...
10시가 넘어가면서부터 날씨도 따듯해지고, 기분좋은 바람도 시원하게 불어주었다.
전날의 악천후 덕분에... 이날은 아주아주 화창했다.
아.. 드....드러.....
사실.. 여행 떠나기 전날에 타이어를 새걸로 교체할까 했었다.
표면도 많이 달았고, 깊게 파인 구멍도 두군데나 있어서 바꾸고갈까~
아니면 여분으로 하나 사서갈까 했는데..
고민하다(=귀찮아서) 결국 안사고는 쉴때마다 체크하고있는데 나름 질긴 듯ㅎㅎ
마치 걱정할것도 많다는듯이 공기압도 여전히 빵빵한게 아주 믿음직스러웠다.
그간 하대해서 미안했다 자퓌로..
3번 국도를 타고 달리다보면 수안보가 나온다.
수안보답게 족욕하는데가 있었는데 그 옆에 발 말리라고 에어컴프레셔?가 있었다.
호오.. 급한데로 사용좀 해야겠어..
푸슈왁!!!!!
엄청 쎄다;
엘리엇 구석구석에 들어간 흙먼지좀 날려버리고!
아침겸 점심을 먹으러 식당을 찾았다.
수안보하면 온천인데..
난 미역국을 먹었다;
든든하게 밥을 먹고, 역시 빠질수없는 짙은 농도의 믹스커피를 원샷했다.
이제 출발하면 소조령이랑 이화령을 만나게 될테니 10분정도 휴식시간을 가졌다.
혼자 라이딩하면 잘 안쉬게되고, 쉬어도 오래 안쉰다.
심심하고..
혼자 할것도 없고..
...
한참 달리고있는데 길 분위기가 나긋나긋하지가 않다.
꼬불꼬불..
헤어핀..
계속되는 오르막..
경치가 좋아서 사진 찍으면 올라가다가 중간쯤 알게되었다.
여기가 소조령인가 보구나..
한손으로 계속 사진찍으면서 올라간 정도니.. 소조령은 심한 업힐코스는 아니다.
그래도 업힐이니 멈추고싶지는 않고!
경치가 좋으니 사진으로 담고는 싶고!
잘나오는건지 아닌건지 계속 셔터를 눌러댔다ㅎㅎ
내가 수안보에서 식당 찾을때 20대쯤 되보이는 세명의 남자아이들이 먼저 출발했었다.
올라가고있는데 그 아이들이 사진찍고 놀고었었다.
사람들이 있길래 멈추려했는데 앞을보니 아직 더 올라가야 될 것 같았다.
그리고 내가 알기론 소조령 정상에 무슨 표지판이 있는걸로 알고있었기 때문에 일단 계속 올라가기로 했다.
업힐중 사진작품 활동.
수십장의 사진중에 아래 두장만이 내가 담고싶었던 풍경을 잘 담아주었다.
소조령 업힐 끝!
소조령 00.0km
내가 인터넷에서 봤었던 그 표지판.
마치..
마음 놓기에는 아직 이르다는듯이 소조령 정상 바닥에 이화령이 얼마뒤에 나타나는지 써있었다.
...
신나게 다운힐을 하고 내려오면 행촌교차로 인증센터가 나온다.
수첩에는 행촌교차로가 없다.. 뭐지..
다 뒤져봤는데 없다.
어디 있는거지...
암튼 일단 빈여백에 스템프 찍고!
왼쪽 횡단보도 건너서 직진하면 바로 이화령 업힐 시작이다.
5km!!
...
평균경사도 6%
거리 5km
백두대간 이화령.
클리어!!
5km 업힐.. 북악 아리랑이랑 비슷한듯하지만..역시 길다;;
어택을 하는게 아니니까 천천히 꾸준한 페이스로 올라가는데 바닥에 남은 거리가 써있는게 정신적으로 지치게했다.
정상도착 500m정도 전부터 눈발이 흩날리는데 영화속 한장면 처럼 너무 환상적이였다.
아까 소조령 업힐하면서 본대로 산 정상엔 눈이 내려있었다.
갑자기 계절이 바뀐듯한 기분이 드는게 묘~했다.
뒤에보이는 곳은 매점이다. 들어가서 커피한잔 하며, 잠깐 쉬기로했다.
다시 출발.
터널을 지나 긴~~~다운힐을 하고나면
진안 삼거리 부근 대문이 나온다.
문경 진입!
한적한 길을 마음껏 달렸다.
이 길이 맞나~~ 싶을때마다 나타나는 참 고마웠던 자전거길 표지판. 지도를 미리 봐둘 필요가 없다.
...
얼마 남지 않아서 그런걸까.. 많이 지쳐감을 느꼈다.
잘 달려주어서 고맙고, 다행이다.
진남약수터.
도로 중간에 약수터가 있었다. 약수터라고 산에만 있는건 아니구나..
이렇게 달렸어도 이틀동안 파워에이드 700ml 를 아직 다 안마셨다는 사실ㅡㅡ;;
난 왜 목이 안마르지...
암튼 온김에 바가지로 원샷!
캬~~!
체인이 또 새카메졌다.. 이물질이 그새 많이 꼈는지 잡소리가 너무 나서 한번더 오일을 떡칠해줬다.
다음엔 칫솔이라도 하나 들고와야겠다...
아, 여관에서 가져올껄;;;
...
불정역(폐역) 도착
옆에 폐역들을 도는 철로자전거가 있었는데 운행하진 않았다.
철로자전거 한번 타보고싶은데 나중에 기회되면 한번 와봐야겠다. 다시 오는건 차사면?ㅎ
이 여행을 떠나기전에 얼꼴멤버들과 친구들한테 라이딩 다녀온다고 말했었다.
인증샷을 요청해서 쉬다말고 힘들게 찍은 셀카.
이 지역 청년인가..
라이딩하는 사람을 오랜만에 만나서 가깝게 붙어서 살짝 살펴보았다.
일단 자전거 상태가 썩 좋아보이진않았고, 변속도 부드럽지 않은게... 불안해보였다.
무엇보다 청년이 헉헉 대며 간신히 페달질을 이어가고 있었다.
..음..
..
일단 지나쳐서 막~ 가고있는데..
Episode #2
어제의 물통 시련과 맞먹는 큰 시련이 터졌다.
손에 쥐고있었던 디카에서 배터리가 분리되어 떨어져나간것..
오래되서 잠금장치가 허술했던게 결국 일을냈다;
헙!!!!
재빨리 멈추고 수색작전에 돌입했으나...
무슨 물건이든 떨어지자마자 바로 찾아도 안보이는 그런 미스테리한 현상이 일어났다.
그래도.. 눈을 부라리며 수색한 끝에!
찾아냈다!!
(사진안에 배터리있다)
20분동안 샅샅이 뒤진끝에 겨우 찾아냈고!
난 소리쳤다.
나~이스!!!
막판에 피날레로 살짝 업힐이 있었다.
아까 배터리 찾을때 다시 날 지나쳤던 그 청년이 보였고, 신나게 따라 붙었더니
내 앞을 달렸던 사람은 두명이였다.
스템프 찍으려고 기다리고있는데 그중 한명이 나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자전거에서 소리가 나는데 좀 봐주실수 있냐고;;
음..
해줄수있는게 변속세팅이랑 오일칠 정도 뿐이였다.
다행히 오일칠 하니까 소리도 안나고 부드럽게 잘 나간다.
굉장히 기뻐하니까 왠지 뿌듯했다ㅎ
나이대는 나랑 비슷해보였는데 아라뱃길부터 시작해서 3일전에 출발했다고 한다.
새재자전거길 완료!
도장찍는거 그래도 많이 좋아졌음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