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산령이라는 큰 산을 올랐으니 이제 길고긴 다운힐.
아흔아홉개의 코너가 있다는데 반대로 올라오는것도 엄청난 싸움이 되겠구나 싶었다.
한결 가벼워진 마음(한묵령을 무시하고있는 상태)으로 다시 안장에 올랐다.
그리고
힐링타임~
차도 없고, 도로도 넓고, 노면도 깨끗하니 마음놓고 신나게 다운힐~
70~80km/h 로 막 쏘는데도 한참을 내려간다.
경치도 구경하면서 마음껏 힐링하며 내려오다보니 평화의댐이 나왔다. 고소공포증이 있는 나는 사진찍다가 어질어질..ㅡㅡ;
의외로 그냥 지나치는 사람들이 많았다
우리에겐 타임리밋은 중요하지 않았으니 멈추고싶으면 언제든지 멈췄고, 사진으로 그 시간들을 남겼다.
평화의댐을 지나 조금 달리다보면 2차계측이 시작되는 민간인 출입통제초소를 지나게된다.
여긴 뭐 미확인 지뢰가 있다고 주의하라는데..... 지뢰를 어떻게하면 주의하는거지..;;;
민통선 구간 길은 정말 작은돌 하나없이 깨끗하고, 정갈하고, 모든게 완벽하게 포장되어있었다.
달리다보니 그 이유를 자연스럽게 알게 됐지만.... 중간중간 군인들이 풀숲에 들어가 박수를 쳐주고 있었다.
장관님이 주최하시는 이 대회를 위해서 얼마나 개고생을 했을지... 아스팔트를 치약으로 닦지는 않았을지..
왠지 안쓰럽기도하고.. 괜히 미안하기도했다;
이쯤에서 드디어 후방을 찍는 스킬이 몸에 익었다.
항상 뒤를 찍으면 엉뚱한데를 찍어댔었는데 이제 확실히 잘 찍을수 있게 됐다ㅎㅎ
이제 이 철교를 끝으로 '샤방'은 없다.
우형과 나는 한묵령 업힐을 바로 들어갔고, 철교에서 사진을 찍으려고 멈췄었던 끄댕형과 쏠라씨는 결국 정상에 만나게됐다.
이게 기다리고 뭘 할수있는 업힐이 아니였다;;
모든 정신을 페달질에만 쏟아 부어야 했었기 때문.
업힐 초반은 괜찮았다. 우형과 장난도 치고, 하하하하 하면서 올라갔는데..
점점 우형의 웃음소리도 작아지기 시작했고, 나 또한 페이스조절을 해야할 것 같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그렇게 한참을 열심히 올랐다.
온힘을 다해서 올라가는데 도로 바깥으로 무리지어 쉬는 사람들의 수가 점점 늘어났고, 갈지자 주행을 하는사람들도 많아졌다.
마지막 부근에 있는 두세개의 헤어핀 경사도는 정말 멘붕오기 딱 좋았다.
딱봐도 심한 경사기도 하고, 그 주위로 사람들이 후두두둑 내리거나 클릿을 빼는 모습을 보면 동요할수 밖에 없을것 같았다.
그때부터 아마 난 웃었던것같다;;
왜그런지는 모르겠는데 한 2km정도 남기고부터 미친 경사도가 시작되고부터 죽도록 힘이들었지만, 이상하게 웃음이 났다.
내앞에 펼쳐진 상황들. 그리고 자전거를 타고 꾸역꾸역 올라가고있는 나.
전엔 상상도 못했던 이 현실이 신기해서 웃겼던것 같다. 아니면 내가 정말 업힐을 좋아하거나 ㅡㅡ;;
드디어 마지막 헤어핀을 돌아 고개를 들어보니 보급소가 보였다.
나~이스!
정말 기억에 남을만한 업힐이였다.
한묵령.
내년에 꼭 다시 와보고 싶을정도로 인상깊었다.
곧 우형이 도착했다.
그리고 얼마뒤 끄댕형과 쏠라씨도 올라왔는데......
2Kg의 DSLR 을 짊어지고, 거기다 평페달의 끄댕형.
수없이 찾아온 금단현상을 이겨냈고..
내앞에서 오르던 많은 라이더들도 수두룩하게 페달을 멈추게했던 이 한묵령을....
...
세사람 모두
무정차 클리어!!
솔직히 올라오면서 세사람은 무정차 못할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체력이 좋은 사람들이지만, 아무리그래도 이렇게 심한 경사의 업힐은 처음일테니까..
난 그렇게 생각하고 다치지만 않길 바라고있었다. 특히 쏠라씨는 클릿 입문한지 2주정도밖에 안됐으니 더 걱정을 하고있었다.
처음부터 멈추지않고, 정상까지 올라오는 이 '무정차' 라는건,
스스로도 굉장한 쾌감을 느낄수 있기도하고, 내 한계를 뛰어넘은 것 같은 큰 희열도 느낄수있게 한다.
당연히 이렇게 난이도 높은 업힐을 성공했을땐 그런 기쁨들이 몇배나 크다.
근데 진짜 놀랍게도 무정차로 모두가 올라오다니..
다들 힘들어서 기억 못할수도 있지만 ㅎㅎ
항상 티격태격하던 우린 여기서 하이파이브를 했었다.
감동&감격
...
대회 종료시간까지 한시간정도 남았었다. 기록은 중요하지 않았지만, 피니쉬라인은 종료시간 전에 통과하고 싶었다.
남은거리는 25km 정도.
다들 긴장이 풀렸는지 슬금슬금 배가 고파지기 시작했고, 빨리가서 맛있는거 먹자며 서둘러 다운힐에 들어갔다.
나랑 우형이 선두로 쏘며 내려가는데
갑자기 우형의 자전거에서 퓨슈슈슈슈슈슈.....
난 속도가 너무 빨랐어서 급브레이크는 못잡고 한참을 내려가며 멈췄다. 돌아보니 쏠라씨와 끄댕형이 올라오라고 손짓을 했다.
큰일은 아니길 바라면서 올라가보니..
우리의 주적
펑. 크.
만지작만지작
우형은 자전거 구입하고나서 한달만에 펑크경험을 세번인가 겪었기 때문에 당황하지 않았지만,
펑크이유가 문제였다. 림테이프가 찢어져서 튜브가 말려들어가는바람에 펑크가 난거였는데..
임시방편으로 그 구멍을 펑크패치 스티커로 막고, 튜브를 교체했다.
20Km만 버텨주길 바라며...
임시수리 완료!
...
종료시간까지 여유있었는데 펑크수리 때문에 시간이 촉박해졌다.
주변에 라이더들도 거의 없었고, 왠지 서둘러야될 것 같은 분위기였다.
평속을 올리겠다고 미리 말하고 선두로 나가서 서서히 속도를 올려보는데 그때부터 불어대는 역풍!!
20km 정도 남았고, 속도는 30km/h 이상으로 유지하기로 했는데 역풍이 너무 심해서 속도를 유지하기가 힘들었다.
뒤에 힐끔힐끔 확인하면서 달렸는데, 우형은 바짝 붙어서 내 피를 쪽쪽 잘 빨고있었다ㅎㅎㅎ
한 10km 정도 남았을때쯤 드디어 앞에 라이더들이 몇몇 보이기 시작했다.
힘들어서 뒤쳐진 사람들인 것 같았다.
추월을 하면서 우리 멤버들한테 바짝 붙으라고 수신호를 했는데, 어느순간 뒤를 돌아보니 사람들이 주르르륵 붙어있었다.
우형이 나중에 말해준건데 내가 수신호 하자마자 사람들이 다 붙었다고했다ㅎㅎㅎ
얼마나 역풍이 심했냐면, 선두 교체해주려고 나오려다 역풍 맞고 다들 바로 다시 들어갔다고...
아마 사람들이 보는 내 뒷모습은
하지만 앞모습은..
그렇게
미친 역풍을!
미친듯이 뚫고 달려서!
드디어!!!
FINISH
...
피니쉬라인을 바라보며 달려갈때.
날보는건 아니겠지만 어쨌든 군중들이 있고, 사진작가들이 정면에서 카메라를 들고 날 향해있는 모습을 보니까
뭔지모르겠지만 이상하게 흥분이 되는? 그리고 자동적으로 댄싱을 치게되더라는...ㅎㅎㅎ
우린 약간은 이 업된기분을 한껏 즐기다가 다시 화천중고등학교로 들어가봤다.
시상식이 진행중이였고, 잠깐 휴식을 취한뒤 주차장으로 갔다.
달릴때는 몰랐는데 자전거를 다시 차에 거치하고, 짐정리를 하는데 엄청나게 더웠다. 이렇게 뜨거웠다니...
다시 일상복으로 환복한뒤 저녁먹으러 화천시내로 들어갔다.
미친듯이 흡입했다.
너무 맛있었고, 다 먹고나니 잠이 솔솔솔솔....
이제 서울로~!
...
아무것도 모르고 나의 꼬임에 넘어가 대회를 나가게된 끄댕형! 쏠라씨! 우형!
진짜진짜 멋지고, 덕분에 대회에 나갈수도 있었고..
무엇보다 큰 사고없이 잘 달려줘서 정말 고마워요~ㅎㅎ
이런 경험을 선사해주는 운동이나 취미생활이 많지는 않을꺼다.
그게 내가 자전거를 버리지 못하는 이유중 하나이기도 할테고..
나에겐 최고의 첫경험이였고, 소중하게 남을 좋은 추억이였다.
화천대회 후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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