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예민한 하루하루를 보내는 가운데 재택근무라는 시스템이 활성화되고 장기화되면서 1년반 가까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굉장히 많았다.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에 따라, 확진자수의 증감에 따라 전면재택 또는 순환재택이 이어져갔고, 그로인해 회사개발 진척상황은 상당히 느려졌다. 아무래도 온라인에서의 커뮤니케이션은 한계가 있기때문인데, 어쨌든 우리팀은 높은 개발력으로 차근차근 앞으로 나아가고있다.
재택근무는 나에게있어서 코로나가 가져온 유일한 장점이랄까? 아무튼 가정을 돌봄에 있어서는 재택근무보다 좋은근무환경은 없다. 서연이가 태어나고부터 지금까지 하루종일 아내와 함께 육아를 할 수 있었으니, 내가 출근을 했으면 아내혼자 감당해야했을 일들을 조금이나마 덜어줄 수 있다는게 참 다행스러웠다. 다만, 재택이라도 8시간 풀근무는 하긴해야했지다. 그래도 회사를 가서 아예없는 것과는 비교할바가 아니다.
최근 백신접종이 한창 진행되고 있고, 접종률도 점점 올라가고, 확진자수도 다행히 감소추세인 것 같다. 이대로 잘 이겨낸다면, 올해안에 코로나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백신접종 순서를 기다리고있는데 민방위 대상까지 얀센백신을 맞을수 있게 되었고, 올해가 민방위 마지막인 나는 턱걸이로 얀센백신을 예약했다. 다들 예약하기 어려웠다는데 나는 지역이 용인이라 그런지 쉽게 예약했다.
2021년 6월 15일 화요일
이날은 회사로 출근을 했던날. 순환재택으로 회사를 가는날은 자전거로 출근한다. 거리는 약 15키로정도. 작년에 서울부산 기부라이딩을 다녀온 뒤로 4개월정도 육아하느라 아예 자전거를 안탔다가, 용인으로 이사하고 자출을 시작했고, 초기화 되었던 몸도 조금씩 올려서 CTL35점 정도까지 올려놓았다. 작년에 70점이였으니 반밖에 안되는 체력이지만, 자출하거나 살짝 업힐을 즐기는정도로는 충분했다.
다음날 백신접종이기도 하고, 일찍 들어가고 싶은 마음에 4시 퇴근을 한다음 집으로 향했다. 모처럼 순풍이 불어주니 파워를 별로 쓰지않아도 쭉쭉 잘나갔다. 기분좋게 집으로 향하는데 전방에 자전거 한대가 왼쪽 잔디에서 아무생각없이 자전거도로로 스윽 진입하는게 보였다. 아무생각 없어 보였다는건 자전거도로 상황을 전혀 보지않고 들어왔기때문. 가까워질수록 속도를 조금 줄이면서 추월을 하려는 순간! 갑자기 왼쪽으로 90도를 틀면서 양쪽차선을 다 막아버리는 아이.
헐..
급브레이크를 잡았지만, 너무 가까웠고 자전거가 비틀어지면서 부딪힐수 밖에 없었다. 순간적으로 아 이건 무조건 부딪혔다... 하고 부딪히며 튕겨나가면서 왼쪽으로 날랐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공중으로 올라갔다가 거의 한바퀴 돌면서 떨어졌다는데.. 암튼 바닥에 처박히고 다리가 너무아파서 끄아~~거리면서 뒹굴었다. 주변에서 119에 신고해주시려고 했는데 정신을 차리고 일어서니 약간 타박상 느낌이라 안부르셔도 된다고 하고 자전거 수습하고, 사고낸 아이랑 벤치에 앉아서 부모님을 호출했다. 사고난 아이는 크게 다쳐보이진 않았고 나중에 연락해서 물어보니 괜찮다고 했다.
초등학교 5학년 남자아이고, 보호자한테 연락했더니 아빠랑 할머니가 달려왔다. 사고 경위를 설명해주니 바로 수긍했다. 내 성향상 가해자의 태도가 선을 지킨다면 일을 크게 벌리고 싶어하진 않기때문에 경찰을 부르지 않았다. 물론 블랙박스와 목격자들 확보에대한건 얘기했고.. 내 상태는 왼쪽 다리가 점점 너무 아파와서 잘 걷지를 못했다.
일단 근처 정형외과로 가자고 해서 자전거에 기대 쩔뚝거리면서 자도 밖으로 나왔는데 병원가기가 좀 애매했다. 자전거는 어떻게 할것이며..
암튼 걷기는 힘든데 페달링은 될것같아서 보호자들은 아이부터 병원 데려가라고 하고, 나는 일단 알아서 치료하고 연락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슬렁슬렁 자전거를 타고 집에 왔는데.. 횡단보도에 잠깐잠깐 멈출때마다 왼발을 디디는데, 어?? 이거 이상한데.. 너무 아픈데.. 그렇게 집에 딱 들어와서 아내를 딱 보는순간 그대로 몸이 굳어버렸다. 더이상 아예 왼쪽다리로 몸을 지탱할수 없는 그런 고통이 밀려왔다. 서둘러 병원에 전화했지만, 업무시간이 지나 응급차를 부를수 밖에 없었다. 난생처음 응급차를 불렀고, 한 20분정도만에 구급대원이 와서 실려서 응급실로 왔다. 구급대원들이 코로나 아니예요~하면서ㅎㅎ
지은이는 서연이를 봐야해서 같이 못왔고, 나는 뭐 크게 이상있겠어..하는 마음으로 큰걱정없이 응급실로 왔다. 고맙게도 훈훈이형이 일끝내고 보호자로 병원으로 와줬고 둘이서 히히덕거리다가 엑스레이랑 CT를 찍었다. 결과는 골절로 보이는 부분이 보이지않음. 하지만 걸을수 없을정도의 고통이 있는것으로 보아 더 자세히 찍어볼 필요가 있으니 내일 MRI를 찍어보자. 여전히 한발자국도 못디디는 상태라 그대로 입원하기로 하고, 남는게 6인실 2인실뿐이라 2인실로 입원했다. 비싸든 말든 내알바 아니니 ㅎㅎ
병원은 동수원병원이라고 했고, 대학병원보다는 작은 종합병원인것 같았다. 시설은 확실히 낙후되있었다. 분당차병원만 보다가 여기보니 완전 비교가 되는..
뭐 일단 방법이 없으니 여기서 치료받는걸로 하고 하루를 보냈다.
2021년 6월 17일
어제 오전에 MRI를 찍었고 아침에 교수님 이야기를 들어보니 골반미세골절 및 근육손상이였다. 미세하게 뼈에 금이갔고, 하필이면 그 부위가 인체에서 정말 중요한 부위중하나인 골반. 진통제, 소염제 말고는 딱히 치료방법도 없고, 깁스를 할수도 없기때문에 그냥 자연적으로 뼈가 붙을때까지 누워있으란다. 2주간 안정을 취하고 그뒤로는 목발 또는 휠체어를 이용하고 2달정도 관리하라고 했다. 아... 의료학적으로는 큰 부상은 아니지만, 환자가 느끼는 고통은 엄청날꺼라고.. 일상생활을 아예 못하게 되었으니 참....
결과를 들었으니 일단 회사에 전달했고, 살짝 혼나기도하고; 아무튼 병가를 내고 치료에 전념하기로 했다.
가해자 아빠와는 통화를 했고, 따로 보험이 없다고해서 뭐 나중에 현찰로 주실려나보다. 치료비부터 자전거 수리비, 그외병가로 인한 손해비용 청구까지하면 음.. 상당히 큰 액수일것같은데... 원만히 해결되길 기도해야지
2021년 6월21일 월요일
입원 6일차. 정말 나가고싶다. 다른사람들은 최소 2주는 입원하라는데 난 도저히 못버티겠다. 실비도 있고해서 사실 입원해있으면 더 이득이지만 오늘 교수님도 그렇고 회복이 빠르니 수요일에 퇴원하는걸로 확정지었다. 엑스레이를 오늘 찍었고, 내일 아침에 교수님 이야기 듣는거를 마지막으로 수요일 오전에 퇴원할듯.
지은이는 당분간 남원 친정에 내려가있기로 했다. 아무래도 혼자서 서연이 돌보는게 힘들텐데 무엇보다 내가 없으니 혼자 심심하고 외로울것같아서 아버님 어머님께 부탁을 드렸다. 내가 수요일에 퇴원은 하지만, 아무래도 당분간은 목발을 짚어야 하다보니 지은이가 수발 들게하는거보다는 어느정도 내가 나을때까지 친정에 있다고 오는게 나을것 같았다. 서연이가 너무 보고싶지만 방법이 없었다.
몇일 입원해 있으면서 많이 생각해봤다.
내가 다치면 모든게 스탑이 되었고, 주변 가족들에게 걱정과 불편한 상황을 주었다. 물론 사고라는게 내가 피한다고 모두 피할수 있는것은 아니지만.. 내가 책임져야 할것들이 많이 있음에도 안전에대해 자만을 했고, 건강에대해 안일하게 생각했다. 앞으로 자전거는 계속 타겠지만 이제까지와는 라이딩 스타일이 많이 다를 것 같다.
잔디밭으로 떨어지게 하심을 하나님께 감사드리고, 수술을 할정도로 큰부상이 아닌것도 감사드립니다.
우리가족이 다시만날때가지 모두 건강하길 기도하고, 지금 아픈것도 빨리 나을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하며 오랜만에 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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