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 입원하면서 처음으로 해보는 것들이 있었다.
응급차에 실려오기, 휠체어 타기, 목발짚기
사실 평생 안하면 좋은것들이지만, 해보게 되었고, 나름 좋은 경험이였다고 생각한다. 알게되는 지식도 있고.
구급대원은 상당히 친절했고, 응급차는 굉장히 깔끔하고 안전해보였다. 입원하고 물이랑 먹을거를 좀 사려고 편의점을 가야해서 휠체어를 빌려보았다. 방향 조종하는건 금방 익숙해졌다. 편의점 다녀오는게 좀 힘들었지만,,
목발은 처음에 겨드랑이에 몸을 지지하는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고 팔을 쭉피고 팔 전체를 지지대삼아 짚는거였다. 그래야 안정적으로 다닐수가 있었다. 이것도 하다보니 요령이 생기더라.
여기서 수원에 위치한 동수원 병원에 대한 나의 평가
첫번째, 다른곳도 아니고 병원내 편의점 입구에 경사가 있는데.. 휠체어에 대한 배려가 보이질 않았다는게 아쉬웠다.
나름 종합병원이고 지역내에서 좀 큰 것 같았는데..
두번째, 전반적으로 병원 시설이 낙후되어있다. 입원실 침대, 화장실, 에어콘 등 지방에 한 20년된 모텔수준. 청소원분이 자주 쓸고 닦고 해주시지만, 기본적으로 낙후되어있다. 돈도 많을텐데 부분부분 점차적으로 리모델링좀 하길..
세번째, 몇몇 종사자들의 마인드 또한 내가 경험해왔던 대학병원들과는 너무 급이 떨어지긴했다. 입원실에 계셨던 간호사, 조무사, 도우미? 분들은 대부분 친절했지만, 원무과 사람들은 정말...노답.. 내가 이용했던 퇴원 정산하는 곳과 증명서 신청하는곳. 보험사에 제출할 서류때문에 두번 이용했는데 시종일관 똥 씹은 얼굴과 귀찮다는 말투에..그냥 싸가지가 없는... 아니 도대체 내 번호표고 내차례에 아직 뒷정리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다음 번호를 불러서 목발짚고 있는 나를 넘어지게 할뻔하게 하는지.. 내가 도리어 다음사람에게 제가 몸이 불편해서 잠시만 기다려달라고 얘기를 해야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원무과 사람은 무표정.. 뭐 내 뒤에 어르신한테 하는 행동이나 말투를 들어보면 더 가관이였다..
네번째, 한끼에 4,500원정도의 일반식은 식판에서 걸레썩은 냄새가 나기도했고, 도대체 어디에 돈을 썼는지 모르겠는 음식 퀄리티.. 정말 억지로 살려고 먹었다.
다섯번째, 시스템 자체가 보호자가 없으면 일처리하기가 어렵고, 휠체어나 목발도 다 개인이 알아서 구매하고 사와야한다. 다른 병원도 똑같은지 모르겠지만, 나처럼 걷지 못하고 보호자가 없으면 상당히 힘들다. 물론 부탁하면 뭐 공용으로 쓰는건 빌려주더라. 간병인을 불러도 되긴하지만 이것도 돈이니..
처음에 아주 기본적인 도움은 챙겨줬으면 어떨까하는 아쉬움.
내가 입원한 병실은 2인실.
내가 입원한 다음날 옆자리에 3일정도 입원했던 첫번째 환자는 축구하다 아킬레스건 파열로 새벽에 실려왔는데, 25살.
신기했던건 엄마가 왔는데 전라도 사투리로 하루죙일 진짜 한 5초쉬고 거의 8시간동안 아들이랑 수다를 떨었다ㅎㅎ
정말 신기할정도. 그래도 매너는 있어서 소곤소곤 얘기하고 미안한지 내 식판도 대신 치워주고 그랬다. 하루는 여자친구가 왔는데 코로나에 가족 1인외 면회금지인데 어떻게 들어왔는지 모르겠지만 (->이것도 동수원병원의 허술함) 커튼 딱치고 둘이서 침대위에서 꽁냥꽁냥 ㅎㅎㅎ 암튼 나름 신기했던 첫번째 사람들이였다.
그렇게 옆자리 사람이 퇴원하고 나혼자 편안하게 조용히 있다가자~했지만 세상은 정말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듯.
이번에 들어온사람은 오토바이 교통사고. 23살
들어오자마자 범상치않은 기운. 스무살이 넘었는데 자기 혈액형도 모르는 아이. 오토바이 배달업. 갓길주행중 우회전 차량과 접촉사고. 오른쪽 발가락 뼈 산산조각남. 다음날 아침에 온 아빠란 놈은 애 보험금 나오면 나눠달라는 소리나 지껄이고.. 아들이 교통사고 났는데 친구들이랑 고기구워먹고 오느라 이제야 온거임. 사고경위를 옆에서 들어보니 오토바이 갓길주행중 사고라 무조건 과실비율 더 나오는데 아빠는 무과실을 주장. 주장의 근거는 [너가 갓길주행해서 잘못했지만, 상대방이 갑자기 우회전한게 더잘못. 그러니 너는 무과실임] 이게 무슨 개똥논리인가.. 더 소름돋는건 이 아빠의 직업은 화물차 운전기사.. 이런 도로교통법에 개념이없는 사람이 화물차 운전하고 다니는 도로라니 정말 끔찍하다..
무식의 힘이라는건가.. 진짜 웃기면서 답답하면서 안타깝고, 틀린거 말해주고싶고..
나름의 흥미로운 사람들을 구경하면서 오전을 보냈는데, 이 어린놈이 매너란걸 못배웠는지 스피커로 드라마를 보기시작. 이어폰이 없으면 보질말든가.. 정 보고싶으면 양해를 구하던가.. 아오..도저히 못참겠다.
원래는 내일 퇴원하기로 되있었지만, 바로 퇴원 수속을 요청했다. 참아보려다 도저히 짜증나서 안되겠다 싶어서 바로 퇴원결정. 서둘러서 원무과에서 서류를 떼고 택시타고 집으로 왔다.
집이 편하고 좋긴하지만, 목발짚고 양손을 못쓰는 상태에서 밥도 차리고 정리도 하려니 여간 불편한게 아니다. 모든건 장단점이 있기마련이고, 내가 선택한것. 그리고 집이 좋긴좋다. 아내랑 딸이 없는 집이라 슬프지만 ㅠ
이번주까지는 병가를 냈고, 다음주부터는 출근을 할텐데 빨리 나아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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