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2/19 THU
설연휴를 맞이해 온가족이 모여있는데 어느새 중학생이 되는 큰조카 축복이가 등산을 해보고 싶다고 데려가달라고 했다.
옛날 저질 돼지개구리 같았으면 그냥 한귀로 흘렸겠지만, 지금의 삼촌이라면 데려가 줄 수 있다.
멀리는 못가고 나도 가보고싶었던 북한산 최고봉 백운대로 오르기로 결정.
북한산 대표 등산 코스 (편도 1.9km, 1시간 30분 소요)
설날 코가 비틀어지게 자고 일어나서 아점을 먹은뒤 출발.
쉴틈없이 움직이는 둘째조카 은총이는 의외로 운동은 좋아하지않아 같이 안간다고 했는데 막판꼬임에 넘어가 부랴부랴 따라 나섰다.
집앞에서 버스타면 도선사 진입로까지 15분이면 간다.
그래서 금방 가겠지하곤 걸어가기로 했는데 5km나 됐었네;;-0- 시작하기도전에 은총이는 멘붕
한참을 걸어 도착한 도선사 진입로. 저멀리 오늘의 목표가 보인다.
우이분소에 도착하자 두조카들이 뭐에 홀린듯이 한쪽으로 걸어간다.
엇? 저것은??
흔하디흔한 음료수 자판기
먹을껄 어쩜 저리 좋아할까 ㅎㅎㅎ 비싸다며 투덜거리는데 둘다 앞을 떠나지못함.
파워에이드 하나 사줬더니 그제서야 급하다던 화장실을 다녀온다ㅎ
다시 출발~
도선사 가는길
날씨가 많이 풀린것같았는데 아직 겨울겨울이구나
ㅎㅎㅎㅎ조카들이 갑자기 빵터진 매장 쇼윈도. 사장이 센스있게 뒤돌아 세워놨네
예전에는 도선사까지 가는데 차도로 갔어야 됐었는데 깔끔하고 안전하게 보행로를 만들어놨다.
이 구간이 워낙 경사도가 쎄다보니 계단도 엄청 많다.
쉬지않고 티격태격하는 두형제
메이저리그를 꿈꾸는 야구천재 축복이는 광속으로 먼저 올라가서 앉아기다리고있다.
이 아이는 그냥 오르지않는다.
잘쌓네. 소원들 이뤄지지시길...
백운대 탐방 지원센터 앞
시작지점인 백운대 탐방지원센터까지 오는데만 한시간이 걸린듯. 힘드냐고 물었더니 전혀요~ 라고 씩씩하게 대답.
잠시 앉아서 숨을고른뒤 이제 진짜 등산 시작~
여기까지 오는데 잠시도 쉬지않고 서로 놀려대더니 본격적으로 등산을 시작하자 한마디도 안한다ㅎㅎ
내가 왜 온다고했지.... 를 수도없이 말하며 오르는 권은총. 헉헉 거리면서도 힘들다고는 절대 안하는 근성 인정
하루재 도착.
작년 겨울에 아무생각없이 여기까지 왔다가 아이젠이 없어서 돌아갔었다.
그땐 아이젠이 뭔지도 몰랐는데;
없으면 금지라니모..
백운대까지 1.4km
내리막을 좋아하는 은총이
하루재를 지나면서부터 슬슬 눈, 얼음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전날 비가 왔었던게 얼어서 길이 상당히 미끄러웠다.
보기만해도 미끄러움
사람들이 하도 잡고다녀서 매끈매끈해진 나무들
인수대피소 근처에 야영장이 있었다. 폐쇄얘기가 있었다는데 아직 운영하는듯.
언젠가 이용해볼날이 오려나? 오려나?
...
인수대피소 도착~
할머니가 싸주신 간식을 먹으며 셀카놀이.
언제 이렇게 커서 나랑 등산을 하고있네 ㅎㅎㅎ 대견하구만
가족들한테 중간보고를 하고 다시 출발.
얼마안가 오른쪽에 인수암이 뚜왁!! 시즌때는 암벽등반 하는 사람들이 줄줄히 메달려있다는 그 암벽.
멀리서봐도 무시무시하다.
인수봉을 배경으로
여기서부터 결빙구간. 어마어마하게 미끄러웠다.
혹시나해서 가져온 아이젠을 조카들에게 한짝씩 신겨주고 조심스럽게 오르기로한다.
진리의 아이젠
정상부근이라 고드름이 아직도 주렁주렁
갑자기 설산으로 변신
밧줄이 없었으면 난 아마 못올랐을꺼다.
날씨가 워낙 푹해져서 아이젠을 안가져온 사람들도 많았었는데 여기저기서 비명소리가....
힘겹게힘겹게 기어 올라가니 백운대피소 도착!
백운의 혼
매점에 신나게 들어가서는 가격보더니 절대 안사먹는다는 조카들ㅎㅎ
대피소 1층에 있는 매점
적당히 예상할수있는 정도의 가격대다. 아이젠이 순간 땡겼지만,, 너무 비싸 그냥 올라가기로했다.
대피소가 정상인줄 알고 쉬고있는 조카들. 아직 좀더 올라가야한다니까 흠짓 놀란다ㅎ
그래도 짜증한번 안내는 사나이들. 벌떡 일어나서는 힘차게 오르기 시작
이제 막바지 어려운 코스다. 가파른데다가 미끄럽기까지하니 생각보다 완전 어려움.
정상까지 계속 이런상태
길은 좁은데 올라가는 사람 내려가는 사람들이 겹치고,
미끄러우니 조심조심 오르다보니 얼마 안되는 거리를 꾀 오래 걸려 올라갔다.
멋....무..무..서워....후둘후둘...
디디는 발에 힘만 들어가면 미끄덩거려서 거의 로프 잡고 팔힘으로만 오른것같다.
정상에는 태극기가 펄럭펄럭~~
고양이???? 떠올려보니 관악산 정상에도 고양이가 있었던거같다.
멋진 녀석들. 무슨 생각을 하고있는지는 삼촌은 모르겠지만, 기억하렴 이 시간을.
후기 끝~